와인 초보도 멋지게 즐길 수 있을까?
“와인, 뭔가 어려울 것 같아서 손대기 부담돼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가 병을 열며 설명할 때, 테이스팅 잔을 빙글빙글 돌리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멋있어 보이지만, 동시에 위축되기도 한다. 그러나 와인은 누가 더 복잡하게 아는가의 경쟁이 아니라, 얼마나 즐겁게 경험하느냐의 영역이다. 기본적인 테이스팅 예절과 방법만 익힌다면, 초보자도 당당하게 와인을 마시고 즐길 수 있다.
특히 모임이나 데이트, 비즈니스 접대 자리에서 와인을 접하게 되는 경우, 아주 간단한 예절 몇 가지만 알아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와인 초보자도 부담 없이 따라 할 수 있도록 테이스팅의 기본 순서와 실수하기 쉬운 매너 포인트까지 짚어본다.
와인 테이스팅, 꼭 이렇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꼭 정해진 방식대로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일정한 흐름과 기본 예절을 알면, ‘이 사람, 와인을 좀 아네’라는 인상을 주는 동시에, 스스로도 풍미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테이스팅은 단순한 시음이 아니라, 시각·후각·미각을 총동원한 감각적 탐험이다.
전 세계 와인 문화의 중심지인 프랑스 와인 아카데미에서는 와인 입문자에게 반드시 시각→후각→미각의 순서를 따르도록 권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각 단계마다 와인의 상태와 특징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와인잔은 어디를 잡아야 할까?
처음 와인을 잡을 때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많은 이들이 컵 윗부분인 벌룬 부분을 잡는데, 이는 잘못된 습관이다. 와인잔은 반드시 스템(잔의 다리 부분)을 잡는 것이 기본 예절이다. 손의 열이 와인의 온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이트와인은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손열이 닿는 것만으로도 맛이 달라진다. 반면 레드와인은 비교적 온도에 관대하지만, 여전히 잔의 아래 부분을 잡는 것이 권장된다.
2. 와인 색은 왜 보는 걸까?
색깔은 단순히 예쁜 것을 보는 것이 아니다. 와인의 숙성 정도, 포도 품종, 저장 상태 등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단서다. 잔을 기울여 흰 배경에 비춰볼 때, 투명도와 가장자리 색을 함께 살핀다.
- 레드와인: 보라색 계열이면 젊은 와인, 벽돌색이면 오래 숙성된 와인
- 화이트와인: 연초록색은 신선한 와인, 짙은 황금색은 오크 숙성 또는 오래된 와인
3. 향은 코로 마시는 첫 맛이다
테이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향을 맡는 것이다. 와인은 ‘마시는 향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향이 맛을 결정짓는다. 잔을 돌려서 산소와 접촉시킨 후 향을 맡는다. 이를 스월(Swirl)이라 부른다.
처음에는 약간의 알코올 냄새가 느껴지더라도 당황할 필요 없다. 시간을 두면 과일 향, 꽃 향, 나무 향, 혹은 토양향까지 다양한 향이 피어난다. 향을 통해 와인의 복합성과 품질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4. 첫 입은 작게, 천천히 느끼기
마침내 입으로 가져간다. 초보자들은 단숨에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테이스팅 관점에서는 옳지 않다. 작게 머금고 혀 전체로 굴리며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맛, 산미, 탄닌, 바디감 등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레드와인은 탄닌으로 인해 입안이 마르고 떫은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러운 감각으로, 와인의 구조를 느끼는 데 중요한 요소다.
5. 와인 테이스팅 순서는 어떻게?
여러 종류의 와인을 마시는 자리에서는 순서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순서를 따른다.
- 스파클링 → 화이트 → 로제 → 레드 → 디저트 와인
- 가벼운 바디 → 무거운 바디
- 젊은 와인 → 숙성된 와인
이 순서는 와인의 맛이 점점 강해지는 흐름을 따르기 때문에, 앞의 와인이 뒤의 와인 맛을 방해하지 않게 설계된 것이다.
6. 테이스팅 노트, 꼭 남겨야 할까?
꼭 필수는 아니지만, 와인 경험을 체계적으로 쌓고 싶다면 간단히 메모를 남기는 것이 좋다. 향에서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는지, 입안의 질감은 어땠는지 등을 기록하면 다음에 유사한 와인을 고를 때 도움이 된다.
요즘은 와인 테이스팅 앱도 많아졌다. 대표적으로 Vivino, Wine Searcher, Delectable 같은 앱을 활용하면 사진과 함께 평가를 남길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볼 수 있어 학습효과도 높다.
7. 실수 없이 와인 따르는 법
와인을 따를 때도 예절이 있다. 와인병은 라벨이 보이도록 잡고, 한 손으로 병의 아랫부분을 감싸듯 들고 따른다. 한 잔에 1/3 정도만 채우는 것이 기본이다.
다 따르고 난 뒤에는 병 끝을 살짝 돌려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게 마무리하는 것이 포인트. 이는 단순한 미관의 문제가 아니라, 테이블 매너의 일부이자 상대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8. 와인잔은 어떻게 세척하고 보관할까?
잔의 보관도 중요하다. 세척 후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뒤 입구가 아래로 향하지 않도록 보관한다. 이는 잔 안에 냄새가 배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또한 식기세척기 사용은 가급적 피하고, 미온수로 손세척 후 린넨 천으로 닦는 것이 좋다. 테이스팅에서 향이 중요한 만큼, 잔에 남은 세제 냄새가 전체 경험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9. 어떤 와인부터 마셔야 할까? 추천 와인 3가지
처음 와인을 시작할 때 너무 비싸거나 복잡한 와인보다는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으면서 향과 맛의 균형이 좋은 와인부터 경험하는 것이 좋다. 다음은 입문자에게 추천되는 와인 세 가지다.
- 모스카토 다스티 (Moscato d’Asti): 약간의 스파클링이 있는 달콤한 화이트 와인
- 피노 누아 (Pinot Noir): 탄닌이 적고 부드러운 레드 와인
- 샤르도네 (Chardonnay): 산미와 바디감이 조화로운 화이트 와인
이러한 와인들은 강한 향이나 과한 구조 없이, 비교적 누구에게나 잘 맞고, 여러 음식과도 쉽게 페어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신도 와인을 즐길 준비가 되셨나요?
와인은 어렵지 않다. 기본적인 테이스팅 예절과 순서만 안다면, 누구나 멋지게 즐길 수 있다. 와인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오늘 저녁, 하나의 병으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감각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 본 콘텐츠는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알코올 섭취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