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폭탄 피하려면, ‘사용법’부터 바꿔야 한다
무더운 여름, 에어컨과 선풍기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가전이지만, 전기요금이 두 배로 뛰는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누진제가 적용되는 가정에서는 조금만 방심해도 다음 달 고지서에 놀라기 십상이다. 그런데 단순히 온도를 낮추거나 선풍기를 오래 틀어두는 방식만으로는 실질적인 절약 효과를 얻기 어렵다. 소비전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용법을 익히면 쾌적함은 유지하면서도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전력공사에서 발표한 자료와 에너지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여름철 에어컨·선풍기 전기료 절약 전략을 10가지로 정리해 소개한다.
1. 에어컨 설정온도는 ’26도 이상’이 기준
많은 사람이 더위를 빨리 식히기 위해 에어컨 온도를 22~23도로 낮추는 실수를 한다. 하지만 에어컨 온도를 1도 높일 때마다 약 7%의 전력 절감 효과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여름철 쾌적한 실내 온도는 26도~28도가 적절하며, 선풍기와 병행하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진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에어컨을 하루 6시간, 한 달간 25도로 설정할 때와 27도로 설정할 때의 전력 사용량 차이는 평균 17kWh에 달한다. 누진 구간을 고려할 때 이 차이는 실제 요금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2. 선풍기와 에어컨을 동시에 사용하라
선풍기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에어컨과 병행할 경우 냉방 효율을 최대 30%까지 높일 수 있다. 선풍기의 바람이 실내의 찬 공기를 순환시켜, 설정 온도에 빠르게 도달하게 도와준다. 특히 천장에 바람을 쏘이도록 하면 따뜻한 공기를 위로 올리고 차가운 공기를 아래로 끌어내려 효과적이다.
에어컨의 냉기만으로는 공간 전체에 골고루 퍼지기 어려운 구조에서는 이 조합이 전기료를 줄이는 핵심이 된다.
3. 에어컨 ‘켜고 끄기’보다 ‘지속 운전’이 낫다
전기요금이 아까워 자주 껐다 켰다 하는 습관은 오히려 과도한 초기 부하로 전력 소모를 증가시킨다. 실내 온도가 설정치에 도달하면 인버터 방식의 에어컨은 자동으로 냉방 세기를 조절하므로, 연속 운전이 효율적이다. 일반적으로 하루 4시간 이상 사용할 예정이라면 차라리 일정 시간 동안 연속으로 운전하는 것이 전기료 절약에 더 도움이 된다.
4. 선풍기는 무조건 ‘리듬풍’이나 ‘에코모드’
일반적인 고정풍보다 리듬풍(자연풍) 모드를 사용하면 약 15% 이상의 전력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밤에는 인체 온도 변화에 맞춰 세기가 조절되는 ‘수면풍’ 모드나 ‘에코모드’를 활용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유리하다. 최근에는 IoT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선풍기도 많아, 타이머 예약 및 원격 제어가 가능해 사용 편의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5. 에어컨 필터는 2주에 한 번 청소
먼지가 낀 필터는 냉방 효율을 떨어뜨리고,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게 만든다. 필터를 청소하지 않으면 최대 15% 이상 에너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에어컨을 자주 사용하는 가정이라면 최소 2주에 한 번은 필터를 세척해야 하며, 그 주기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유지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외부 열기의 유입을 막기 위해 창문과 문틈의 단열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6. 가급적 에어컨은 오후 3시 이전에 사용 개시
한전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전력 수급’ 통계에 따르면, 오후 3~5시 사이가 전력 사용량 최고조 시간대다. 이 시간대에 에어컨을 작동하면 전력 단가가 더 높게 적용될 수 있고, 일부 시간대에는 피크 전력 요금제가 적용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오전 중 실내 온도를 낮춰두고, 이후에는 선풍기로 체감온도를 유지하는 방식이 좋다.
7. 실외기 주변은 반드시 통풍 상태 유지
실외기 온도가 올라가면 압축기가 과열되어 에어컨이 더 많은 전기를 소모하게 된다. 실외기 주변에 물건을 두지 말고 그늘막이나 바람이 잘 통하는 공간에 설치해야 한다. 또한 간단한 세척만으로도 열전달 효율이 높아져 전력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8. 선풍기 타이머를 적극 활용하라
수면 중에는 깨어나 선풍기를 끄기 어렵기 때문에 무의식 중 과도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타이머 기능을 활용해 필요한 시간만 작동되도록 설정하면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열대야가 지속되는 날은 30분~1시간만 틀고 꺼지게 하는 것이 인체에도 부담이 덜하다.
9. 인버터 에어컨과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 선택
에어컨 구매 시 반드시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과 정격 소비전력을 확인해야 한다. 인버터 방식은 설정 온도에 따라 출력을 조절해, 일반 정속형보다 약 30~40% 전력 절감이 가능하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라벨’에서 1등급 제품을 선택하면 장기적으로 유지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볼 수 있다.
10.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과 할인제도 확인
가정용 전기는 3단계 누진제가 적용되며, 450kWh를 넘을 경우 kWh당 요금이 두 배 가까이 뛴다. 월간 사용량이 누진제 구간에 근접했다면 사용량을 조정하거나 시간대별 분산 사용이 필요하다.
또한 에너지바우처, 복지할인제도, 계절별 요금제 등 가구 유형별로 다양한 지원제도가 있다. 한전 사이버지점이나 모바일 앱에서 전기요금 예측 기능과 함께 본인의 가구에 적용 가능한 할인제도를 꼭 확인해두는 것이 유리하다.
지속 가능한 절약, ‘습관’에서 시작된다
전기료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단기적인 팁보다 장기적인 사용 습관의 전환이다. 자동화된 예약 설정, 주기적인 청소, 적절한 온도 유지 같은 사소한 요소들이 모이면 전력 낭비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단순히 절전이 아닌 지속 가능한 냉방 전략을 일상에 적용하는 것이 결국 여름철 에너지 관리의 핵심이다.